UX Column


장애인과 UX 


문태경 이언인사이트 수석연구원 moontk@aeoninsight.co.kr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 헬렌켈러 자서전 중에서 -


렌 켈러(Helen Adams Keller)의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국내 스마트폰의 광고 문구 중 일부다. 이 광고가 노출된 이후 여러 사람들이 실제 장애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다고 한다. 또한, 최근 종영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도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까? 요즘처럼 스마트 디바이스가 일상 생활 깊이 침투돼 있는 스마트 라이프 속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경험들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국내 장애인 현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인구는 2011년 말 기준 약 250만명으로 2000년 대비 163%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장애 인구 비율은 뇌병변 장애(뇌성마비)를 포함한 지체 장애인이 가장 높고, 청각, 시각 장애인 순으로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증가하는 장애인구 추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반적인 배려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2008년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은 2013년 4월부터 적용 대상 확대 및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2011 장애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장애인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27.8%로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인 82.2%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정보화 수준 향상과 좋은 사용자경험(UX)을 위해서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쉬운 접근성(Accessibility)과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사용성(Usability)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언인사이트가 시각/지체 장애인과 함께 진행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접근성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 행태와 쉬운 접근을 위한 고려사항을 살펴봤다. 지체장애인은 골격, 근육, 신경 계통 중 어느 부분에 질병이나 외상으로 인해 신체 기능 장애를 영구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척수 손상과 근육병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장애인 복지법에서는 지체장애와 뇌병변(뇌성마비)를 구분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사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지체장애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들은 몸 움직임이 어렵거나 팔과 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주요 특성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누르기 힘든 하드키(Hard-key)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파악됐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어시스티브 터치(Assistive touch)’라는 기능을 제공해 하드키로 제어가 되는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여 사용자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화면을 회전하거나, 한 손가락으로 확대/축소가 가능하게 되는데 지체장애인에겐 혁신적 사용자경험(UX)일 것이다.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Assistive touch 화면아이폰에서 제공하는 Assistive touch 화면



한, 지체장애인은 신체 움직임에 어려움과 제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작 동선의 최소화와 같은 장애특성에 적합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체장애는 다른 장애와 달리 다양한 장애 유형과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 유형마다 스마트폰 접근에 적합한 고려사항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목 위쪽만 움직일 수 있는 척수손상 장애 사용자와 근육이 전체적으로 약해지는 근육병 사용자의 스마트폰 사용을 위한 고려사항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우 제조사 및 서비스 제공자는 모든 장애 유형을 포괄할 수 있으며 유용하다 판단되는 많은 기능들을 제공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장애 유형과 특성 별 니즈(needs)는 다르게 나타나며 일반 사용자와 같이 본인에게 적합한 기능 설정이 가능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지체 장애인을 위한 사용자 경험 설계에 있어 사용자 리서치를 통한 사용자 관찰과 이해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장애 유형에 적합한 고려사항을 도출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해 사용자 스스로 세밀한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체 장애인의 ‘어시스티브 터치(Assistive touch)’ 사용 장면지체 장애인의 ‘어시스티브 터치(Assistive touch)’ 사용 장면



각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크게 전맹과 저시력으로 구분되며, 각 장애 별로 스마트폰 사용 행태와 자세의 차이를 보인다. 전맹 사용자는 음성안내를 듣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조작하고, 저시력 사용자는 시력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얼굴을 스크린 가까이 가져가 글씨를 보거나 전맹 사용자와 같이 음성안내를 듣는 자세로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시각 장애인들은 음성안내와 손으로 느껴지는 진동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에게 현재 사용자 손의 위치에 대한 빠른 인지와 전반적인 화면 구성 이해를 통한 쉬운 기능 접근은 좋은 사용자경험으로 이끄는 큰 축이다.



전맹 사용자(좌)와 저시력 사용자(우)의 스마트폰 사용 자세



히,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조사 대상자 중 90%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스마트폰 화면을 읽어주는 음성안내 서비스인 ‘보이스오버(Voice over)’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의 경우 기능지원의 미흡하고, 사용자가 이미 ‘보이스오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용을 꺼린다고 한다.


또한,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제스처를 통한 기능 사용에 익숙하며, 아이폰의 ‘보이스오버’의 경우 간결한 제스처를 제공해 사용자의 쉽고 빠른 조작을 도와준다. 사용자는 각 제스처에 정의된 기능을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용 빈도가 높고 중요한 제스처의 경우 반복학습을 통해 어려움 없이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스처는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인터페이스로 활용되고 있으며, 시각장애 사용자 중심의 개발이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제스처를 통한 기능 수행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눈을 감고 수행했을 때도 문제 없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단 얘기다.


조사 결과를 지면을 통해 공유하지는 못하지만 시각/지체 장애인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껴진 것은 이들도 일반 사용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용자 니즈(needs)를 갖고 있으며, 어떤 기기 사용에 있어 ‘조작 가능(ability)’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장애인의 즐거운 스마트디바이스 사용을 위해서는 UX에 대한 고민 이전에 'User(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갖고 있는 물리적 장애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서 갖게 되는 심리적 제약까지도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장애인을 단순히 배려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또 한 명의 사용자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을 통해 진정한 '장애인 입장'을 이해한 후 다가가야 할 것이다.


“내가 장애인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갖고 개발 하지 말고요, 장애인이 돼서 개발을 하면 쉬울 거예요. 저 사람은 목밖에 안 움직이니까 이렇게 하면 쉽지 않을까가 아니라, 직접 목만 움직이면서 입에다가 터치 펜을 물고 해 보면 어떤 게 더 편하다, 어떤 게 더 불편하다, 정확하게 알 수 있겠죠.”

-지체 장애그룹 FGI(Focus Group Interview) 중에서




 


저작자 표시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kipfanews
올블로그추천버튼 블코추천버튼 믹시추천버튼 한RSS추가버튼 구글리더기추천버튼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