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서비스와 서비스 디자인의 만남, Btv Mobile 사례

김성우 국민대 TED 인터랙션 디자인 전공 교수


서비스 디자인, 그리고 IT 서비스

서비스 디자인은 UX를 이어 떠오르고 있는 디자인의 새로운 분야이다. 서비스 디자인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이 경영학에서 그동안 많이 다룬 전통적인 서비스 영역뿐만 아니라 교통, 의료, 복지, 지역 발전, 범죄 예방, 에너지 절약 등 사회 전역에 걸쳐 서비스를 개선하고 혁신을 가져오는 새로운 디자인 사고방식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비스 디자인을 스크린 상에 펼쳐지는 IT 서비스의 UX 분석 과제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스크린 상에 펼쳐지는 IT 서비스’란 호텔이나 병원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전개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앱 스토어나 지도 서비스와 같이 정보

기술에 기반한 순수 디지털 서비스를 말한다. 이러한 예로 Btv Mobile의 UX를 대상으로 서비스 디자인적 접근을 통해 과제를 수행한 국민대학교 TED 인터랙션 디자인 랩의 연구 경험을 공유한다.


Btv Mobile UX 과제

Btv Mobile UX 과제는 2013년 하반기에 SK 경영경제연구소와 산학 형식을 통해 진행한 과제이다. Btv Mobile은 국내 IPTV 3사 중 하나인 SK 브로드밴드의 모바일 IPTV 서비스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앱 형태로 제공된다. 앱을 설치하고 월정액 등의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면 실시간 방송과 VOD(Video on Demand)를 시청할 수 있다.

이 과제의 목적은 Btv Mobile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UX 문제의 근원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문제의 근원’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많이 수행했던 사용성 과제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대체로 UX 문제를 다루는 과제는 제품/서비스의 사용성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과제에서는 주로 전문가 리뷰 또는 실험 참여자 초빙 UT(Usability Test)로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사용성 결함을 찾아낸 다음 그것을 어떻게 고치면 더 이상 불편해 하지 않을까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이 과제는 사용성 결함이 발생하는 근원을 조직적 문제에서 찾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를테면 ‘업무 프로세스 상에 있는 A라는 업무 역할의 불분명성이 종국적으로 서비스 UX의 B라는 UI의 문제로 드러난다’ 와 같은 것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마치 한의학에서 피부 질환의 발병 원인을 인체 내부에서 찾는 것과 유사한데, 이를테면 여드름을 환자를 진료할 때 얼굴 피부약으로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폐를 강화하는 한약을 처방하는 것과 유사했다. 즉, 표면상의 UI/UX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표면상의 수준에서만 고치는 것—이를테면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UI 방식—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조직적인 수준까지 역추적하여 뿌리째 뽑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제의 핵심 포인트였다.

이런 점에서 이 과제의 주제가 UX이긴 했으나 기존의 UX 개선 프로세스보다는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많은 서비스 디자인 과제가 기존의 서비스에서 가시선(line-of-visibility)을 기준으로 표면에 드러나는 문제점과 소위 ‘커튼 뒤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문제들을 찾아내고 그들 간의 연계성을 밝혀 서비스 품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의 시작

일반적으로 풀고자 하는 문제가 명료하고 최종 산출물이 잘 예측되면 실제 과제의 수행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 과제는 ‘UX 문제점의 근원을 조직 차원에서 서비스 디자인적 접근 방식을 통해 규명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명료한 편이었다.

막상 변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데에 있었다. 실제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내 골치 아프게 한 것은 과제를 시작할 때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를 IT 서비스에 적용’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서비스 디자인 사례는 동네 병원, 쇼핑몰, 주민 센터, 노인 복지 서비스, 공항, 지역 발전과 같은 소위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서비스’를 다루고 있고 Btv 서비스와 같이 스크린 상에 펼쳐지는 IT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다룬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IT를 어떻게 서비스에 접목시키는가에 초점을 둔 서비스 디자인 사례—이를테면 ‘병원 진료 서비스에 태블릿 PC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같은 연구—들도 있지만, 이런 사례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또한 순수 웹 서비스에서 서비스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사례들은 정통 서비스 디자인보다는 사실상 UI/UX 과제에 가까운 편이었다.

서비스 디자인에서 애용하는 두 가지 도구는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과 서비스 블루 프린트이다. 이 과제에서도 이 도구들을 사용했는데, IT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크고 작은 이슈와 고민을 종종 만났다. 이를테면 고객 여정 맵을 스크린 상의 IT 서비스에 적용했을 때 직면한 이슈는 기존의 UX 시나리오와 별 차이가 없게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UX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터치 포인트를 살짝 옆에 표기해 준 정도랄까? IT 서비스에서 UX 시나리오로는 볼 수 없는 고객 여정 맵만의 고유의 통찰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서비스 블루프린트 역시 적용이 쉽지 않았는데 이를테면 앞의 그림에 나와 있는 가시선을 기준으로 앞 무대와 뒷 무대에 어떤 요소들이 배치되어야 하는가가 이슈였다. 이를테면 HCI의 기본 모델을 기준으로 하여 ‘조작 대상체인 UI 요소는 모두 앞무대에, 조작에 따른 기능 수행과 처리에 대한 부분은 뒷무대에, 처리 결과에 따른 피드백은—사실상 UI라는 측면에서—다시 앞무대에 두어야 하는가?’와 같은 것이다. 식당이나 호텔 같은 오프라인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오감에 잡히는 레이더 안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요소들 간의 무대 배정이 비교적 명료한 반면 서비스가 화면 상의 GUI로 전개되는 IT 서비스에서는 서비스 요소의 포지셔닝에 대한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문제에 대한 접근

UX 문제의 근원이 조직적인 이슈에 기인할 것이라는 가설을 둔 상태에서 우선 이해당사자 맵(stakeholders map)을 만들면서 Btv 업무에 관련된 조직 관계와 업무 프로세스의 파악에 들어갔다. 또한 전문가 리뷰와 다이어리의 사용자 조사 방법을 통해 Btv의 UX 문제점도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해당사자 맵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에 영향을 끼치는 숨은 강자를 찾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보이지 않던 업무 담당자와 그들의 역할이 맵에서 드러났다. Btv 업무 조직도를 인지하고 있다는 내부 관계자도 파악하지 못한 강자들이었다.

문제의 근원을 찾는 데에 유용한 서비스 디자인 방법으로 ‘The 5 Whys’가 있다. 이름 그대로 “왜 그것은 그렇게 된 것인가? (또는 그것이 무엇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인가?)”를 다섯 번 물어보는 방법이다. ‘5’란 숫자는 상징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낼 때까지 원인을 캐고 들어가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이 과제에서는 이해당사자 맵에 올라온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The 5 Whys’ 방법을 사용했다. 또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표면의 UX 문제와 조직적 이슈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과제원들이 스스로에게 The 5 Whys 질문을 던지면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이해당사자 맵, 현재(as-is) 서비스에 대한 고객 여정 맵 및 서비스 블루프린트,조사를 통해 수집한 UX 문제점 목록, 5 Whys로 확보한 여러 연결 고리들을 놓고 몇 번의 내부/협업(co-creative) 워크숍을 거쳐 핵심 UX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조직 구조, 업무 프로세스, 조직 간의 R&R (Roles & Responsibilities), 업무 오너십(ownership)의 사안들과 연결을 짓는 것으로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과제 자체는 좋은 결과를 낸 것으로 인정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과제 수행에 있어서 여러 보완점들이 필요한 아쉬움을 낳기도 했다.


느낀 바 

이 과제는 그동안 많이 수행했던 UX 디자인, 사용자 조사, UX 시나리오 발굴, UX 평가, UX 전략 기획과 같은 과제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이 남은 과제였다. 마치 UX를 주제로 서비스 디자인적 접근을 통해 경영 컨설팅을 한 느낌이었다. 짧은 수행 기간 속에 과제를 마치느라 내일의 숙제로 남겨둔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 스크린 상의 IT 서비스에 서비스 디자인을 접목하는 사례/방법론/이론의 필요성.

• 위와 관련하여 가시선을 중심으로 어느 UI/UX 요소가 어느 무대에 놓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근거.

• (표면상의) UI/UX 문제점의 근원이 디자인 결함이나 개발 문제를 넘어 업무 프로세스, 조직도와 같은 보다 경영적인 맥락에 의외로 많이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 특히 물리적인 제품보다 Btv와 같은 IT 서비스에서 이런 현상이 더 빈번할 것으로 보임. 따라서 IT 서비스 UX 개선의 해결책을 디자인 영역에서만 찾지 말고 보다 넓게 확장하여 생각해야 하는 관점의 확장과 이를 실무에서 전개하는 데에 필요한 이론적 방법론, 사례, 가이드라인 등의 연구를 기대함.

저작자 표시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kipfanews
올블로그추천버튼 블코추천버튼 믹시추천버튼 한RSS추가버튼 구글리더기추천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