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 측면에서 생각해본 UX 조직의 전략적 숙제

여병상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UI에서 UX로 변화에 따른 문제점

UI팀에서 UX팀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유행병처럼 번진 지 7여 년이 지났다. 많은 회사들이 조직 이름이나 디자이너 직함 앞에 UX란 생소한 단어를 더했다. 많은 이들이 아이폰 혁명 이후 UX를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그들의 미션과 비전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UX 디자인에서 다루는 사용자 경험은 사용성 기반의 UI 업무를 포함하지만 지금의 UX에 관한 강의나 논문,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UI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명은 UI 때와 마찬가지이고 업무나 업무 접근 방법 또한 그대로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를 연구하는 조직이지만 실제 고객 접점(moment of truth)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가치에 대한 대응은 다른 조직이 담당하는 현실이다.

스마일 커브(smile curve)라고 불리는 아래 도표는 각 산업이나 제품 내에서 조직이나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가치(extrea value)를 발생시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UI 조직은 주로 R&D영역으로 왼쪽 ‘Patent & technology’ 부분에 해당된다. 하지만 UX로 업무가 확장된다면 우상향 부분인 ‘Brand & Service’ 영역까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의 IT 경쟁시장에서는 기술보다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우상향 영역에 있는 회사들이 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뚜렷하다. (엄밀히 말하면 뛰어난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경영 중심으로 내세운 회사들이다.)

전세계 최고의 제품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인 페이스북의 분기 매출액은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직원 대비 생산성은 페이스북이 삼성전자의 5.5배에 이른다. 이는 앞서 말한 사용자 경험을 조정하는 회사가 그렇지 않는 회사에 비해 고부가 가치의 우월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UX팀이 겪는 변화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봤다.


1. 사용자를 ‘예측(design)’하기보다 가능하다면 ‘실측(analysis)’하고 고객 접점에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회계학, 통계학에도 해당되는 혁신이 현재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UI 업계에서 디자인 행위는 주로 제품과 서비스 출시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에 실체를 단정할 수 없을 때 반응을 예측하거나 실제 사용자의 일부분을 샘플링하는 수많은 기법들을 지난 수십여 년간 개발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이루어진 IT 혁신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구매 이후의 사용자들 행태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사용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기기들과 서비스들이 각기 클라우드 서비스를 배경으로 네트워크에 실시간으로 물려 있게 되었다. 따라서 제품 출시 이전에 예측했던 디자인의 가정이 맞는지 틀렸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판단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바로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빅데이터의 기회 영역이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읽고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회사들이 경영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자동차를 구매한 사용자가 자신의 차의 윈도 조작에 힘들어하자 이를 알아챈 테슬라 시스템은 그 다음날 온라인으로 차 안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해결책에 관한 메시지를 표시해주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UX 디자이너들의 현실은 실제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리포팅받는 환경이 아니며 고작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전에 다양한 사용성 평가 도구로 문제점을 예상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좋은 예는 최근 아마존이 큰 위협을 느껴 12억 달러에 인수한 신발 파는 회사 자포스(Zappos)사례다. 자포스의 고객 응대는 고객이 어떠한 요구를 하더라도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고객의 요구가 그들의 업무와 관련없어도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대응한다. 통화는 30분이 넘는 것이 흔하며 최장 시간은 10시간 29분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한번 형성된 고객과의 신뢰는 어떤 물건을 팔든지 그들의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디자인하고, 통계를 통해 모집단을 예측하고, 학문적 가설을 세우는 것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찾고자 함이다. 이러한 탐구 과정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잘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혁신 관점에서 플라톤의 그림 위에 현재 우리의 UX업계의 상황을 매핑시켜 보았다.

지금까지의 디자이너들은 실제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그림의 팔로워처럼 벽 뒤의 그림자 형태를 관찰함으로써 피실험자들(subjects, 표본사용자)을 통해 바깥세상의 그림자를 보고 디자인(예상)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혁신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같이 디자이너들이 직접 바깥세상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준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신들을 얽매고 있는 관성과 기존 방법론의 사슬에 묶여 있어 이노베이터(innovator, 바깥세상을 경험한 혁신가들)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전해 들을 뿐 마주한 현상을 혼란스러워한다.

실험을 통한 예측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의 성공은 전혀 다른 도메인이니 이에 대한 판단은 각기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UX 조직이 전체 개발 기간에서 앞쪽에 있고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보니 시장이 성숙되기도 전에 너무 앞서 생각하여 서둘러 제품을 출시하도록 만들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디자인적 사고에 익숙했던 조직이 갑자기 UX 붐이 일어나면서 조직 내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전반적인 비즈니스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사용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라도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캐즘 이론(Chasm theory)은 기술 혁신 위주의 대다제품과 서비스는 초기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를 거처 캐즘이라고 불리는 공극을 넘어야만 대중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을 기술 트렌드 시각으로 보자면 매년 가트너에서 발표하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 적당할 것이다. 이 그래프는 그해에 이슈가 되는 혁신기술의 도입과 캐즘이론을 결합한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대중의 기대를 받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이고 이후에는 거품이 꺼지고 실제로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3D프린팅 산업이 2013년에 가장 큰 이슈였지만 이는 곧 비정상적인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그래프이기도 하다.

UX 얘기로 돌아가서 새로운 사용자 주도(user driven)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다고 하자.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이전에 없던 것이고 기술적 지원이 되지 않으면 상용화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대채제나 비슷한 서비스의 경쟁자의 상황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전 UI에서 사용성만 생각하던 것에서 사용자의 총괄적인 경험을 제어하려면 신경 쓸 것이 많이 생긴다. 다음 그림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UI와 UX의 차이에서 오는 업무 범위와 극복해야 할 경쟁자의 가치를 UX 범위에 맞게 도표화시켜 본 것이다.

A회사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는데 경쟁사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우위에 있고 사용성이 뛰어난데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미처 측정하지 못한 최종사용자 입장에서의 사용자 수에서 비롯되는 서비스, 보완재 서비스, 서비스 전환비용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보다 UI가 월등히 앞선 새로운 메신저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이미 카카오톡의 사용자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카카오톡과 연계된 많은 보완재 서비스들이 서드 파티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들은 이미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상태인만큼 새로운 서비스로의 이동은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A사의 새로운 서비스는 쉽게 성공하기 힘들다.

반면 B사의 경우 소프트웨어적인 편의적 가치가 기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전체적인 가치보다 월등히 높다면 사용자는 기꺼이 새로운 B로 이동한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의 지메일 서비스였다.

당시 미국 대부분의 사용자는 AOL과 야후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계정당 허용 용량은 10~20 메가바이트였다. 구글은 인터페이스나 사용성의 우위보다 무제한 용량이라는 압도적인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하여 그들의 부족한 약점을 덮고 순식간에 경쟁자를 압도해버려 전세계 이메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3. 사용성이 사용자 경험의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시기는 따로 있다

사용자 니즈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UI 조직 시절에는 사용성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고려할 제품과 서비스의 시간적 개념을 넓혀야 하는 UX 조직이 사용성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면 비즈니스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사용자가 아닌 고객의 니즈는 시장 성숙도에 따라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 그림은 제품(또는 서비스)이 출시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자의 기술과 생산성 그리고 그에 따른 기능성이 올라가는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성능(파란색 선)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성능(빨간색 선)과는 차이가 있다.

어느 제품이든 초기시장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성보다 낮은 수준을 제공하여도 시장이 생성된다. 여기서 고객의 니즈는 기능성보다는 그들의 얼리 어댑터적 성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남들보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성에 있기 때문이다(A영역). 반대로 시장이 성숙된 이후에 진입하는 고객의 경우 안정된 사용성과 성능을 추구하게 된다. 이때에는 UX 조직에 익숙한 사용성에 대한 추구가 적합한 시기이다(B영역).

시장이 성숙되고 제품/서비스 제공자들의 기술적 노하우가 충분히 뒷받침되었을 때 저가 시장(low-end market)이 생성되는데(C, D영역), 이 영역에서의 고객의 니즈는 성능이나 사용성이 아닌 가격적 합리성이다. 관련 기술이 충분히 개발된 후에는 고객이 기대하는 기능과 사용성보다 낮은 품질을 가지더라도 가격에서 메리트가 있다면 기꺼이 제품을 구입하는 사용자층이 생긴다. 인텔에서는 이러한 신규 시장을 ‘세그먼트 제로(Segment Zero)’라고 명시하고 이에 대응하여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비슷한 시각으로 도널드 노먼은 저서 『보이지 않는 컴퓨터(The invisible computer)』에서 이러한 시간에 따른 사용자 니즈의 변화를 논한 바 있다.

대부분의 UX 조직은 사용자의 니즈가 제품/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관한 좋은 사례를 직접 들은 바가 있다. 2011년에 다음에 재직 중이었던 임원 한 분을 한 시간여 동안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다음은 마이피플을 카카오톡이 인기가 상승할 무렵 출시했는데, 그 임원은 아무래도 마이피플은 카카오톡의 벽을 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고, 시장 선점시기를 놓친 것과 초기사용자 확보에 시간을 지체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하였다. 개발 기간 중 의사 결정 과정에서 카카오톡처럼 전화번호부의 친구 목록을 자동으로 마이피플 주소록과 연동시키는 문제를 두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하여 카카오톡과는 다른 전략을 취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였다. 초기 시장에서는 고객의 니즈가 사용성이 아닌 다른 부분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마치며

이 글에서 필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휴대폰 산업에서 10여 년간 UI/UX디자이너로 재직하며 겪은 경험을 최근 기술경영을 공부하면서 풀어본 것이다. 휴대폰 산업의 특성상 기술 위주의 혁신과 UX 조직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네이버와 같은 서비스 중심 조직에게는 크게 해당되지 않을 수는 있다. 이런 점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부탁하며 제조업 기반의 UX 조직이 혁신의 주체로 당당히 성공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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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pf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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