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진화와 HCI

김석기 로아컨설팅 이사


현재 ICT 분야의 화두는 컴퓨팅 환경의 탈PC화이다. 우리가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컴퓨팅환경과 생태계의 진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서 가속화 될 것이다.
아이폰의 판매로 시작된 모바일 컴퓨팅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플랫폼의 성장과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곧이어 등장한 아이패드를 통한 미디어 소비에 있어서 PC는 더 이상 필수 디바이스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조차 이메일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1995년 이후 벌써 16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팩스가 사용되는 것처럼 모바일 컴퓨팅이 일반화 된다고 해서 곧바로 PC가 자취를 감추지는 않을 것이다. 오피스를 이용한 업무나 그래픽 작업, 모션작업등과 같은 ‘생산업무’에는 PC를 대체할 만한 디바이스가 없기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효하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툴로써 미디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디바이스의 측면에서의 PC는 이미 그 영역을 많이 내주었기에 과거의 영광은 더 이상 없다.
PC앞에 앉아서만 가능했던 메신저는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이동하면서도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바뀌었으며, 싸이월드나 다음카페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로 소셜서비스로 대체됐고, 앞으로는 포털이나 검색 역시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로 전환된다. 플랫폼이 PC중심에서 모바일기기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주로 사용하던 인터페이스 역시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터치 인터페이스와 음성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의 본래의 의미는 ‘정거장’을 의미한다. 플랫폼은 사람(user)과 운송수단이 만나는 접점(connected point), 또는 사람과 운송수단을 매개하는 매개 지점(mediated point)의 역할을 수행한다. 플랫폼에 대한 이론적 정의와 토대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제창한
세 명은 바로 토마스 아인스만(Thomas R. Eisenmann), 제프리 파커(Geoffrey Parker), 마셜 반 알슈타인(Marshall Van Alstyne)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근 10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하면서 공동의 논문을 다수 발표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플랫폼에 대해 가장 심도있게 처음으로 다룬 논문이 2008년 공동 발표한 “Opening Platforms: How, When and Why?”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플랫폼이라 함은 사용자간 트랜잭션에 필요한 컴포넌트와 룰/규칙의 합집합(set)으로 규정된다.
컴포넌트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듈을 포함(이를 포괄하는 아키텍처도 포함)하며, 룰은 네트워크 참여자(Network Participant, 이해관계자를 의미)를 조율하거나 조정하는(Coordinate)하는 규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컴포넌트를 다시 설명하면, 단말(스마트폰 등), 단말을 작동시키는 OS, 각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등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해 기반이 되는 벽돌과 서까래를 의미한다. 이렇게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컴포넌트를 초기에 제안 또는 개발해 제공하는 사업자를 우리는 ‘플랫폼 프로바이더 또는 플랫폼 공급자(platform provider)’라고 일컫는다. 룰 또는 규칙은 플랫폼 공급자가 구성한 컴포넌트를 재사용 또는 응용해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이해관계자(stake holder)가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정한 규칙과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더불어 이 규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초기 플랫폼 공급자와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사업자를 우리는 ‘플랫폼 스폰서, 또는 플랫폼 후원자’라고 말한다. 룰 또는 규칙은 플랫폼 공급자가 구성한 컴포넌트를 재사용 또는 응용해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이해관계자(stake holder)가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정한 규칙과 프로세스를 뜻한다. 이 규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초기 플랫폼 공급자와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사업자를 우리는 ‘플랫폼 스폰서, 또는 플랫폼 후원자’라고 일컫는다.
플랫폼의 정의로부터 우리는 중요한 파생 용어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플랫폼 공급자’와 ‘플랫폼 후원자’. 플랫폼의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 그 자체 보다는 플랫폼 공급자와 플랫폼 후원자가 만들어 내는 매개된 플랫폼 네트워크(platform- mediated network라고 함, 매개 플랫폼 네트워크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즉,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화해야 하는데, 그 진화의 방향이 매개된 플랫폼 네트워크로 진화했을 때 진정한 가치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매개 플랫폼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컴포넌트간의 상호호환(compatibility)을 보장하는 표준(standard)이며, 정보교환의 약속된 장치(protocol)이자 사용자의 행위와 경험(user behavior)을 강제하는 정책(policy),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network participant)의 권리와 책임을 포괄하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정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재 IT분야에서의 플랫폼이란 애플,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이며, 이들이 정리하는 룰에 따라 이들과 소비자 사이에는 수많은 이통사, 제조사, 개발사, 솔루션 프로바이더, 콘텐츠 프로바이더와 같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플랫폼 진화의 진행
현재 플랫폼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장 먼저 기술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최적화한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그 이전에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을 프로토 타입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리가 나오기 이전에 음성인식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었고, 아이패드 역시 이전에 수 많은 모델의 태블릿 제품들이 존재했으며, 아이클라우드 역시 가장 먼저 나온 제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출시를 하면 이슈화되는 이유는 단순히 애플의 마케팅력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완성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물론 선행 제품에 의해 애플에서 제품이 나올 시점에는 어느 정도 얼리어답터 사용자 층에 소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해 시기를 정확히 맞추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소비자의 반복된 경험상 ‘애플이 출시하는 시기가 새로운 기술이 검증돼 사용할만한 때’ 라는 인식을 무의식 중에 심어준 것이다. 그에 반해 구글의 방식은 애플에 비해 훨씬 과감하다. 구글 랩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적용한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제품들을 내놓으며 시장에 가장 먼저 들어선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일단 내놓고 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구글의 제품이나 서비스 중에 구글 웨이브나 구글 놀, 구글 기어스 같은 서비스들을 쉽게 종료시킨다. 심지어 구글랩스 조차 외부에 보이는 서비스 부문을 종료시킬 정도이다. 이 두 회사의 기술경쟁이 현재의 플랫폼을 진화시키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개발되거나 선택된 기술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이동통신 사업자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디팩토 스탠다드(De-Facto Standard, 산업과 시장을 지배하는 사실 상의 기술표준)로 자리잡았다. 가장 격렬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구글 간의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구도를 살펴보면 플랫폼 공급자로서 애플과 구글은 그들이 가진 OS(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의 다른 컴포넌트들(예컨데, 브라우저 등), 그리고 하드웨어 컴포넌트(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불리는 모바일 CPU 등), 그리고 물리적인 서버 환경(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 등) 등의 컴포넌트를 경쟁적으로 자체적인 내재화 또는 M&A를 통한 내재화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컴포넌트는 시장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요구하는 지에 따라 ‘지속적 진화’를 해야만 하는 데, 이들 2개 기업의 공통점은 컴포넌트의 경쟁력을 주로 M&A를 통해 획득하고 있다.여기서 플랫폼 공급자의 주된 역할은 당연히 애플과 구글 그 자신들이다. 구글과 애플의 핵심 컴포넌트를 살펴보면, 그 세부 구성요인에 있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룰(규칙)의 셋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확연한 차이점이 들어난다. 애플은 플랫폼 공급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플랫폼 스폰서의 역할도 자처한다. 애플에게 있어 시장지배력이란, 그들 스스로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기획하여 만들어내고 유통시켜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1인 과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룰은 완벽하게 수직계열화 해서 관리된다(수직적 룰 타입, Vertical Rule Type이라고도 한다). 모든 규칙은 애플에 의해서만 통제되며, 그 어느 누구도 애플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가 애플을 완벽한 폐쇄형 생태계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룰’의 작동이 있기 때문이다.반면 구글은 애플과의 플랫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완전히 다른 ‘룰’을 설정해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과 동일한 룰을 만들었다면 과연 후발주자였던 구글이 현재의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구글은 애플과 철저히 반대로 움직이는 룰을 개발했다. 이른 바 수평적으로 확장 가능한 룰을 만든 것이다. 플랫폼 공급자로서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기득권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플랫폼 후원자들과 함께 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가는 룰을 결정한 것이다. 단기간에 구글이 애플과의 플랫폼 경쟁에서 나름의 선전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수평적 확장의 룰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수평적 룰 타입, Horizontal Rule Type이라고 한다).구글과 애플간 플랫폼 경쟁의 사례를 곰곰이 들여다 보면 최근 IT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거의 모든 플랫폼 경쟁은 바로 이러한 ‘컴포넌트’의 확보와 ‘룰’의 경쟁으로 전략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근래 새로 각광받고 있는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인데 페이스북이 기존의 웹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자사의 플랫폼을 확대하려면 결국 새로운 컴포넌트의 확보와 이에 기반한 새로운 룰의 셋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플랫폼의 구성인자가 컴포넌트와 룰이기 때문이다. 컴포넌트의 확보는 자체적으로 R&D를 통해 내재화 하던지, 아니면 기술기반을 가지고 있는 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해 내재화할 수 밖에 없다.페이스북은 후자의 길을 선택할 것이 자명하다. 내재화가 좋기는 하지만, 시간과 비용, 인적자산의 확보에 걸리는 시간이 길며, 이에 따른 기회비용의 상실도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룰의 셋팅이다. 페이스북의 오페라 및 림의 인수 설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업계의 관심은 룰의 셋팅을 과연 페이스북이 기존 모바일 영역의 과점 세력인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과 전혀 다른, 그리고 참여 써드파티에게 획기적으로 참신한 규칙과 룰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보여진다.일반적으로 룰 셋팅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는 경우에는 해당 ‘룰’이 업계에 처음 도입돼 공급 사이드(Supply Side)의 이용자 그룹(써드파티를 의미함)이 느끼는 금전적 보상가치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써드파티가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에 호응하는 실 수요자(Demand Side User)의 볼륨이 상당수준에 이르렀을 때 가능하다.

플랫폼의 진화와 인터페이스의 상관관계
플랫폼은 기술 환경의 발전에 의해 계속 진화한다. PC 기반의 웹도 초기에는 이메일로 시작해 단순 게시판 서비스였는데 밴드위드가 커지면서 가용한 데이터량이 커짐과 동시에 동영상이나 3D 및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으로 변화했다.
플랫폼이 모바일과 소셜 중심으로 시프트되면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키보드와 마우스의 인터페이스가 터치 인터페이스로 전환됐으며, 애플의 시리 및 구글의 음성검색으로 인해 음성인식 인터페이스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인터페이스 역시 플랫폼의 변화에 알맞은 형태로 교체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터치 인터페이스가 먼저 개발돼 아이폰에 탑재됨으로써 모바일 컴퓨팅을 많은 사람들이 수용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의 진화와 인터페이스 기술 트렌드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각 발전을 서로 견인하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기술 트렌드를 수용함으로써 플랫폼의 발전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플랫폼의 발전 방향성에 맞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인터페이스 기술의 발전은 센서기술의 발전과도 그 궤를 함께하는데 스마트폰이 기존의 피처폰과 기능적으로 차별화 할 수 있었던 요소가 바로 가속 센서(acceleration sensor), 자이로스코프(gyro sensor), 거리 센서 (proximity sensor), 조도 센서 등이 있으며 센서를 이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인해 플랫폼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진화하는 플랫폼은 그에 적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요구한다. 플랫폼의 진화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 될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예측해 볼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발전된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고민해 봐야 한다. 플랫폼의 새로운 변화들이 시장에 안착하기에는 일관적이면서 안정되고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항상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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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pf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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