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Column


창조경제에는

디자인이 없다

김현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알쏭달쏭한 창조경제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창조경제의 밑그림은 과학기술과 문화, 그리고 산업간의 융합이었고, 이를 통한 창조적 사고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는 정책의 방향성이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 주도의 성장은 주택시장 버블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국가들의 재정악화에 따른 국가부도 사태 등 세계 경제침체로 인해 저성장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위기에 직면했고, 이에 따른 양극화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응급처방인 창조경제는 실체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정책적 개념이었고, 오히려 이점을 정부 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비단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도, 국민의 정부의 ‘지식기반경제 및 벤처산업 육성’도 창조경제의 정책적 방향성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4대강 경제는 기존의 익숙한 토건사업을 통한 가치(?)창출을 지향했기 때문에 사업이 매우 구체적이었던 반면, 창조경제는 태생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

조롱거리가 된 창조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창조경제의 개념적 정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수위 보고서는 창조경제를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전략”이라고 했고, 한국과학기술기획 평가원은‘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 지식기반경제를 잇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며,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창의성, 혁신성, 소비자, 지식재산권 보호 및 활용’이라고 했다. 정보화진흥원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의 발굴 또는 기존 아이디어를 토대로 더 새롭고 나은 방법의 과정이나 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각 부처와 정부 산하 연구소 등에서는 노무라 연구소와 *Businessweek*,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존 호킨스(John Howkins) 등의 말을 인용하며 창조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대충 정리하면, 기존의 방식으로 ‘효율의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서 탈피해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이라는 부분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에서 작성된 창조경제와 관련된 문건들을 보면 ‘새롭게’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문장마다 들어 있고, ‘애플’과 ‘페이스북’은 끝도 없이 인용되는 창조경제의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애플이 기존에 없던 스마트폰을 ‘새롭게’ 만들었거나, 페이스북이 SNS를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 아님에도 유독 ‘새롭게’, ‘없던 것을 새로’라는 단어들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경제활동은 새로운 가치창출에 있다. 최근 웹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 나오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는 ‘종합상사’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종합상사의 이미지는 혁신이나 융합과는 거리가 멀고도 멀었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종합상사야 말로 융합과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기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이 바로 ‘새로운 가치창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가치’는 원 인터내셔널의 ‘장그래’가 창출한 새로운 가치와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을 보면 ‘문화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인문, 예술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 ‘고령화, 에너지 등 국가가 당면한 사회이슈 해결’, ‘빅데이터나 초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과학기술 서비스’와 ‘우주발사체나 인공위성, 대형가속기, 원자력과 같은 거대전략기술기반산업’ 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나온 정책분석자료집의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정과제 목록’에는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과 IT, SW융합을 통한 주력산업 구조 고도화 등을 중점과제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물론 ‘세계최고의 인터넷 생태계 조성’과 ‘정보통신 최강국 건설’과 같은 구호성 과제도 포함돼 있다. 이를 종합하면, 장그래의 창조경제와 박근혜의 창조경제에는 과학기술과 ICT라는 조금 큰 간극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는 ICT와 과학기술이라는 분모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왜, 이전의 새로운 가치 창출은 그냥 경제였고,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은 ‘창조경제’일까라는 물음에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보면 보다 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인재가 넘치는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창조허브로서 무한상상실을 운영’하고, ‘아이디어 페스티벌 등 무한 상상마당 개최’하며, ‘Creative Korea 사이트를 구축’하고, ‘과학전시체험 및 과학문화 프로그램 개설/운영’ 및 ‘청소년 대상 *나도 사장님* 프로그램 신설’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창조경제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디자인적 사고와 창조경제

주요 창조 산업의 범위를 조사한 문건에 보면 빠지지 않고 디자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문화미디어체육부 내 Creative Industries Task Force에도 창조산업으로 디자인을 선정했고, UNCTAD에서도 기능적 창조산업으로 디자인을 선정했다. 세계지적재산권단체(WIPO)에서도 디자인을 창조산업의 범위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명실상부하게 창조산업의 핵심분야로 디자인이 떠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디자인의 문제해결과정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디자인계의 석학 나이젤 크로스(Nigel Cross)의 *Design Thinking*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해결해야 할 문제의 맥락에 대한 공감성(empathy), 통찰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creativity), 문제의 맥락적 해결점을 판단하는 합리성(rationality)이 종합된 프로세스’라고 했다. 그는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와는 다르게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는 많은 상상력(ideas)들이 쌓여가면서 만들어지는 ‘창조적 프로세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판단과 평가는 금물이다. 특정 아이디어가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을 논의하거나, 구성원간의 의견 일치를 보려고 하면 디자인적 사고, 즉 창조적 사고는 실패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시절 과천 지식경제부를 찾은 대통령은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라고 말문을 열면서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고 주문했다. “한번 뚫어 놓으면 오래가지 않느냐”면서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전설 같은 일이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창조적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닌텐도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이명박이 바라본 손녀의 손에 들린 게임기라는 물질에 들어있지 않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들어낸 창조적 아이디어는 비물질적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지속적으로 동일하게 생산해 낼 수 없다. 호킨스 마저도 창조산업이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높으며 정량적인 측정이 불가능하여 리스크가 높다고 인정하지 않았는가.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의 성공은 기존 산업 진흥정책을 통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창조경제는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을 기다리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토건에서와 같이 효율성의 증대를 목표로 최고와 최대를 지향하는 정책방향으로는 결코 창조경제는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경제와 관련된 수 많은 보고서에 등장하는 여러 성공 사례의 공통점을 뽑아 이를 모두 시행한다고 할지라도 결코 창조경제는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기사에 보니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특징을 모두 취합해 보니, 평균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초콜릿 생산이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고 이혼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초콜릿을 많이 먹고 이혼을 하면 노벨상을 타는 것이 아니듯이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들을 모두 모아서 이를 벤치마킹한다고 창조경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보면 아직도 이러한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정말 똑똑하고 분석적이다. 하지만 결코 창의적이지 않다. 너무 오랜 기간을 분석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어서이거나 창의적 사고가 쌓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창조경제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무원들부터 디자인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생각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kipf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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