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버튼과 시작 화면의 UX 과학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8, 또 하나의 비스타가 될 것인가?


조광수 성균관대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 교수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거함이 흔들리고 있다. 90년 대 초부터 MS는 PC 세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했고 인터넷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인터넷익스플로러(IE) 덕분에 그 실효지배는 강화됐다. 물론 인터넷과 완전히 통합할 수 있는 OS를 만들겠다는 전략은 좌초했지만 여전히 MS 윈도우는 데스크톱 운영체제의 75%를 차지하고 있고[1] 서버 시장과 기업시장에서도 강자다. 하지만 그런 MS라도 모바일 시장에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MS의 가슴에는 많은 쇠막대가 박혀 있을 것이다. 모바일로 승승장구하는 애플과 구글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공작은 내지 못했고 비스타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스타를 깔았다가 XP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 ‘다운그레이딩(downgrading)’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나마 MS는 최고 판매를 기록했던 윈도우 7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 회심의 역작 윈도우 8을 내놓았다. ‘시작’ 버튼을 처음 도입했던 1995년의 윈도우95 이래 최고의 혁신이었다. 혁신의 내용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윈도의 상징이었던 나름 구닥다리 시작 버튼을 없애고 시원스러운 타일 모양의 ‘시작 화면’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를 모던(UI)[2]이라 불렀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불러줬으니 사용자의 꽃이 돼야 했다. 윈도우8의 시작 화면은 모바일 기기에서 많이 쓰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려고 만들었다. 그래서 이 운영체제는 터치 스크린 PC 시대를 열어젖히리라 기대됐다. 윈도우 8을 탑재한 태블릿과 스마트폰들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흥이 난 MS는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었고 가속도를

붙이고자 저가정책으로 기존 윈도우 사용자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했다. 덕분에 초기 판매량은 만족스러웠다. 출시 이후 6개월간 1억 개의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그런데 사용자 불만이 쏟아졌다. 초도 판매량이 좋았지만 현재는 불과 1%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새로운 PC 수요를 만들지 못했고 모바일 시장에는 입점도 못한 상태다. MS 제품에 친화적인 한국에서조차 윈도우 8은 불과 3%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현재 윈도우 7이 45%, 윈도우 XP가 약 40%, 그리고 심지어 비운의 윈도우 비스타가 5.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CNN머니* 인터넷 판은 ‘터치스크린과 전통적인 PC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개발됐지만 양쪽 모두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급기야 지난 5월 9일, MS 최고운영책임자인 타미 렐러는 윈도우 8의 UI를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볼품없는 버튼 하나를 없애고 그 대신 멋진 감성디자인의 시작 화면을 선물했는데 왜 사용자는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았을까? 이러다가 윈도우 8도 비스타 같은 비운의 운영체제가 되지 않을까? MS라는 전함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예감마저 든다. 이에 필자는 데스크톱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윈도우 8을 살펴보고자 한다.


MS 혁신의 전략과 전술

MS의 전략을 간단히 정리하면 데스크톱 PC의 마켓 셰어를 기반으로 터치스크린 기반의 PC 수요를 창출하고 모바일 라이프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하던 시작 버튼을 없애고 타일처럼 모아놓은 시원한 아이콘 박스 형태의 UI로 바꿨다. 이 시작화면에는 SNS, 앱, 웹사이트, 폴더, 메시징, 날씨 등 사용자가 필요한 것들이 연결돼 있고 마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쓰는 위젯처럼 날씨나 주식시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덕분에 아이콘이란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 온도, 날씨, 주가 정보 등 콘텐츠의 변화를 보고 즉각 접근할 수 있다. 쿨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타일을 바꾸듯 정렬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미려한 터치경험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우선 애플 스토어처럼 윈도우 스토어를 만들었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게임, 뮤직, 비디오를 윈도우 스토어에 가서 편하게 구입하도록 유도해 MS도 생태계 비즈니스를 해보겠다는 포석이다. 큰 히트를 친 제품은 없지만 5만 개가 넘는 소프트웨어가 올라와있다. 다만 사용자가 익숙하지 않은 윈도우 스토어를 써야만 할 이유는 아직 없다. 따라서 윈도우 스토어의 성공은 풍부한 앱들을 잘 조직화해서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가 잘 연동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윈도우 PC를 사용하기 위해 ‘MS 계정’이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ID로 로그인하면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여러 디바이스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을 데스크톱이나 태블릿 PC에서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큰 장점은 (윈도우 8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윈도우 디펜더’라는 백신이다. 이 백신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V3나 노턴 같은 백신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애플 컴퓨터처럼 부팅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윈도우 8은 마지막 세션 정보를 저장했다가 컴퓨터를 다시 켤 때 빠르게 불러들인다. 예전 윈도우에서 컴퓨터를 켤 때마다 경험해야 했던 2~3분 묵언수행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시작 화면에 담긴 UX의 과학

그런데 사용자는 이런 기능들을 수용하지 않는다. 왜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 버튼과 시작 화면에 담긴 UX 과학을 알아보자. 언듯 간단하게 보이는 이 문제의 내면에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사용자 과학이 담겨있다.

먼저 전통적인 시작 버튼을 살펴보자. 예전 윈도우는 시작 버튼을 누르면 아이콘과 문자로 돼있는 메뉴 리스트가 나오고 원하는 것을 찾아 눌러 들어가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였다. 이런 메뉴는 다양한 선택지가 다닥다닥 모여 있어서 정확한 곳을 찾아 한번에 하나씩 콕콕 짚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포인팅’이라 하고 이를 위한 도구로는 마우스가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러고 나서 복잡한 문자나 수식을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한다. 뭔가 생산성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키보드가 필수다. 윈도우 8의 시작 화면은 다르다. 스마트폰처럼 커다란 아이콘이 시원하게 배열되어 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터치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메뉴 형태의 GUI를 사용했다면 굵은 손가락으로 콕콕 짚을 수 없다. 반대로 시작 화면에선 마우스 같은 매개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면의 아이콘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마우스를 쓰지 않으니 마우스의 조작체계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기들도, 노인들도 쓸 수 있다. 손가락 터치 방식은 손가락에 맞는 GUI가 있어야 하고, 그게 바로 시작 화면이다.


포인팅과 터치의 불편한 동거

포인팅과 터치에 관한 UX 과학을 읽으며 간파했겠지만 문제는 시작 화면이 아니다. 시작 화면의 디자인은 멋지다. 진짜 문제는 시작 화면을 벗어나는 순간 시작되는 ‘포인팅과 터치의 불편한 동거’다. 시작 화면에서는 터치를 쓰지만 다른 화면에서는 터치로는 부족하다. 결국 마우스로 짚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화면이란 MS워드나 한글, 파워포인트 같은 응용프로그램이다. 물론 생산 작업 보다 콘텐츠 소비에 치중하는 사용자는 시작 화면 하나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데스크탑 컴퓨터는 콘텐츠 소비보다 생산 비중이 크다. 즉 일하는 사용자에게는 윈도우 8 같은 운영체제보다 응용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 화면을 터치하고 응용프로그램으로 넘어오면 다시 마우스를 잡아야 한다. 보통 문서나 파워포인트

같은 생산 작업이 중심인 데스크톱에서는 아직 마우스와 키보드가 편리하다. 결국 윈도우 8에서 시작 화면을 벗어났을 때 터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데스크톱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사용자 경험이 운영체제보다 응용프로그램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응용프로그램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MS 오피스조차 윈도우 8의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에 상응하는 변화가 없었다. 윈도우 8 이전과 별다른 점이 없다. 이는 윈도우 8이 플랫폼으로서 여러 응용프로그램을 지휘하며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시작 화면은 또 하나의 어정쩡한 응용프로그램이 되었다. 결국 시작 화면을 벗어나면 여전히

포인팅 기반 인터페이스이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아야 한다. 그럴 바에야 시작 화면을 마우스로 컨트롤하는 게 낫다(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윈도우 사업부에서, 오피스는 비즈니스 사업부에서 독립적으로 관할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이슈가 있다. 멋진 시작 화면이 들어선 곳이 바로 사용자의 사무공간인 ‘바탕화면’이다. 바탕화면은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에 작업하던 문서나 웹사이트, 엑셀파일, 파워포인트,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자료들을 깔아놓고 일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작업을 끝낸다. 지저분하더라도 그곳은 사용자의 개인 작업공간이다. 그런 소중한 곳에 윈도우 8은 시작 화면을 집어넣어 사용자의 자기 공간을 빼앗았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바탕화면에 놓인 파일의 들판 사이를 꿈 속을 가듯 걸어 다녔는데 이제 그 들판을 MS에게 빼앗긴 꼴이다. 대신 MS는 그곳에 멋진 갤러리를 세웠다. 그리고 그 갤러리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전시했다. 멋진 갤러리를 세운들 빼앗긴 들에 봄이 올까? 물론 시작 화면을 멋진 그림처럼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그러지 못했고 주변 윈도우 8을 시도한 사용자중에서도 아직 그렇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바탕화면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시작 화면 뒷단에 남아있다. 원한다면 사용자는 시작 화면 대신 이곳을 예전처럼 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시작 버튼이 없다. 시작 버튼의 역할을 시작 화면이 하기 때문이다. 시작 화면을 쓰기 위해 여기저기 두 세 번 클릭을 하든지, 아니면 시작 버튼을 살리는 꼼수를 찾아야한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MS측에 시작 버튼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MS는 시작버튼을 되살리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데스크탑 사용자 경험을 회복시키겠다는 뜻이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어떻게 시작 화면과 시작 버튼간 공존과 화합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다가오는 진짜 전쟁, MS오피스의 위협

MS가 절치부심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용자가 여전히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다. MS 오피스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는 이유는 MS 오피스 같은 응용프로그램 때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진정한 위협은 MS오피스에서 사용자를 떼어내려는 도전이다. 터치스크린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PC가 등장하고 있지만 윈도우 PC를 위협할 수준이 되려면 MS 오피스라는 에베레스트산을 넘어야 한다. 이런 MS 오피스의 대항마는 웹기반의 구글독스(구글 드라이브)다. 구글독스는 운영체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쓸 수 있다. 윈도우를 쓰건, 애플을 쓰건 상관없다. 구글독스는 무료이고, 인터넷만 있으면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도 편리하다. 그리고 MS 오피스에 비해 단순하다.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에서 구글독스는 값싸고 효율적인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MS 오피스와 완벽히 호환되지는 않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야만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구글독스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구글 크롬과 함께 구글독스가 MS 오피스의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크롬의 등장으로 MS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추락했다. 불과 10여 년 전 95% 이상을 점유하던 MS 익스플로러 사용자는 이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3년 현재 구글 크롬이 1위로 약 35~50%를 점유하고 있고, 그 뒤로 파이어폭스와 MS 익스플로러가 2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렇게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MS를 조여가던 구글은 작년 6월 ‘퀵오피스(Quickoffice)’라는 사무용 어플리케이션 회사를 인수했다.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격이다. 흥미롭게도 퀵오피스는 MS 오피스 규격을 따른다. 따라서 MS오피스와 거의 완벽하게 호환된다. MS라는 공룡이 주저하는 사이, 퀵오피스는 아이패드용 앱을 먼저 출시해 MS에 충격을 줬다. MS 오피스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서 문서를 볼 수만 있지만 퀵오피스는 작성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퀵오피스의 심리스(seamless) 호환 기술과 구글독스의 웹브라우저 기반 기술이라면 인터넷과 함께 안정적으로 문서 작성과 보관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한 MS의 위기의식은 구글독스에 대한 신경질적 비난 광고에서 잘 드러난다.


MS의 고난의 행군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운영체제는 플랫폼의 역할로서 시스템 밑단부터 응용프로그램까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지원해야 한다. 윈도우 8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 경험의 주도권을 응용프로그램에 빼앗겼다. 이는 운영체제 자체만으로 업그레이드 수요를 만들어내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더군다나 사용자들의 PC 교체주기를 생각해 볼 때 비스타가 실패한 후 윈도우 7에 맞춰 PC를 업그레이드한 상황에서 다시 윈도우 8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할 UX적인 가치는 미비하다. 그래서 미국 *USA 투데이*의 11월 15일자 설문 결과에 공감이 간다. 조사대상 중 약 62%가 윈도우 8이 출시된 것을 안다고 답했지만 윈도우8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응답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멋진 시작 화면을 고안했다는 점은 아직 MS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터치와 포인팅의 불편한 동거를 만들면서 정작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사용자의 개인작업 공간을 침해하는 어설픈 UX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윈도우 8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는 엄청난 기술적 오류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인 UX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MS는 사용자나 UX를 이해하기는 한 걸까?

UX는 양날의 검이다. 윈도우라는 UX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PC 세계를 지배했던 MS가 윈도우 8에서는 UX의 패착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시작 버튼을 없애고 멋진 터치스크린용 시작 화면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여전히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써야 한다는 걸 간과했다. UX를 멋진 디자인쯤으로 여기거나 기술만능주의에 빠져 인간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의 기능을 제공하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이러다 보니 UX 트렌드를 선도하던 MS가 이제는 애플의 후발 주자로서 애플의 과거를 모방하고 도입하는 인상이다. 물론 애플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MS를 뛰어넘는 혁신적 UX로 시장의 패권을 잡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하지 못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UX는 IT기업에 기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비즈니스 혁신을 가져다 준다. IBM이 그랬고, MS가 그랬고, 애플이 그랬고, 구글이 그랬다. 이들이 잘한 것은 기술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과 기술을 융합한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비자의 지불 수준은 UX가 좌지우지한다. 엔지니어링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결정타가 되지 못한다. IT 산업의 혁신 원동력은 UX다. 산업의 핵심가치인 UX를 잘하는 자는 누구든지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규모와 크게 비례하지 않는다. IT산업에서 영원한 강자란 존재하지 않으며, 글로벌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이제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구든지 UX로 가치를 혁신하면 성공할 수 있고, 누구든지 UX가치를 무시하면 실패할 수 있다. 이제 UX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UX는 삼성과 LG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예를들어 소비자들이 외제고급차와 현대·기아차에 보여주는 지불 의사의 차이가 기계적 성능의 차이일까? 소비자는 도로에 나란히 서 있는 외제고급차와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며 기술적 성능을 비교할까? 소비자는 고급명품차를 살 때 그 만족의 가치를 보고, 현대·기아차를 살 때 가격과 성능을 본다. 소위 말하는 자동차 UX 혹은 인간-자동차 상호작용(HMI)이다.

큰 기업 규모는 UX 혁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자가 대기업을 느리고 둔하게 한다. 그래서 MS 같은 거대글로벌 기업이 UX의 늪에서 헤맬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출간된 *소니침몰*에서 미야자키 다쿠마는 최고의 기업이라도 위기에 처하면 잘못된 혁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MS 제국의 침몰을 막는 방법은 결국 철저한 자기파괴적 UX와 스스로를 버리는 변화의 실천이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SK, 네이버 등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기술 중심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중국의 거대한 기술기반 성장 앞에 이제 우리기업은 트렌드 세터로서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UX 기반 혁신이 필요하다. 시인 T. S. 엘리엇은 “어설픈 시인은 흉내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고 말했다. 훌륭한 시인은 훔쳐온 것을 결합해 완전히 독창적인 느낌을 만들고 애초에 어떤 것을 훔쳐왔는지 모르게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기술의 독창성과 UX 독창성을 혼동하지 않길바란다. 새로운 기술과 기능이 UX의 가치가 아니다. 이점을 기억하며 엘리엇의 말을 곰곰이 고민해보자. 예수가 고난 후에 부활했고 부처가 고행 후에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현재 우리 기업의 고행은 황홀경을 위한 수행이 돼야 한다. MS의 고행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Posted by kipf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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