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G에서 Room-sized Computing까지: TV의 현재와 미래


김현석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스마트 TV의 등장

1989년에 나온 맬컴 에이브럼스(Macolm Abrams)의 미래 상품(FutureStuff)에서는 스마트 TV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스마트TV는 당신이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알고, 한 주에 방영된 당신이 시청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최대 250편까지 녹화해 두지요. 화면에

표시되는 주크박스같이 생긴 메뉴에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 옆의 버튼을 누르면 프로그램 정보가 표시되지요. 만약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시청하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VCR의 테이프를 건드릴 필요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전화가 오면 프로그램을 멈출 수도, 또는 놓친 부분이 있다면 되감기도 가능합니다. 그 중 최고는 광고를 건너뛰며 볼 수 있는 27배속 보기입니다. (…) 2000년대에 이르러 비디오 대여점은 모두 문을 닫을 것입니다. 하지만 Advanced Broadcatching 시스템이 비디오 대여점을 대신하는데, 이는 마치 홈쇼핑처럼 영화를 당신의 컴퓨터로 전달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전화기를 들어 보고 싶은 영화를 주문하며, 최대 30편까지 컴퓨터를 통해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지요.


25년 전 에이브럼스는 비교적 정확하게 현재의 TV를 예측했다. EPG/DPG를 통해 시청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티보(Tivo)나 티빙(Tving) 같은 VOD 서비스는 모든 프로그램을 거실로 바로 가져왔다. 적어도 25년 동안 발전된 TV의 모습은 예측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사용자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이나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술적 진보를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TV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1년 시스코(Cisco)는 『텔레비전의 미래(The Future of Television)』라는 보고서에서 네트워크화된 미래 TV의 열 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① 사라지는 채널(Channels Go Away), ② 리모컨의 종말(Kiss the Remote Goodbye), ③ 확장된 스크린(Screens Do Anything, Anywhere), ④ 개인화된 광고(Ads Get Personal), ⑤ 참여형 시청(Don’t Just Watch–Get Involved), ⑥ 시청 공유(Watch Together, Virtually), ⑦ 실감 TV(Is It Real, or Is It Television?), ⑧ 유비쿼터스 TV (Your TV Follows You), ⑨ 사용자 제작 콘텐츠(Regular Joes Go Hollywood), ⑩ 시청자 참여 제작(Creation Goes Viral). 이 보고서는 하드웨어로서 TV와 영상 콘텐츠로서 TV를 분리하여 이해할 것과 이를 통한 변화를 전망하였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TV는 하드웨어를 지칭하는 단어에서 분리되어 콘텐츠로서의 의미가 강조되었고, 다양한 단말기(미디어)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TV도 보고, 스마트패드나 컴퓨터의 TV 다시보기 기능을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었다.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스크린으로서 TV는 이제 주인의 눈을 끌기 위해 다양한 경쟁자와 경쟁하게 된 셈이다. 스마트 TV에 대한 많은 연구가 스마트폰과의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린백(Lean Back) 미디어에서 린 포워드(Lean Forward) 미디어로의 변화나, 소셜 미디어로서 TV의 활용 등 스마트폰의 기능을 큰 화면에 담기 위한 노력이 단말기 제조사와 IPTV 콘텐츠 배급사 및, 구글 등과 같은 회사에 의해 시도되었다. 방송, 통신, 제조 등 전통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던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던 회사들이 스마트 환경에서 융합을 촉진하고 있거나, 경쟁적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우편 DVD 대여 서비스 업체에서 출발한 넷플릭스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변모하면서 콘텐츠 확충을 통한 수직계열화에 성공하였다. 시청자의 영상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성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푹(POOQ), 티빙 같은 OTT 서비스들이 영역을 확장해 가면서 지상파 TV 및 MPP(Multi Program Provider) 등 콘텐츠 사업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구글은 소니와 합작하여 출시한 구글 TV의 실패를 경험으로 직접적인 TV 시장의 진출보다는 유튜브와 크롬캐스트를 통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애플 또한 애플 TV를 통해 콘텐츠 유통마진과 연관제품의 교차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Room-sized Computing

미래의 컴퓨터의 목표는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함으로써 집, 사무실, 빌딩 자체가 컴퓨터가 되는 것이다.

—마크 로스톤 (Chief Creative Officer, Frog Design)


프로그 디자인(Frog Design)의 오스틴 스튜디오에서 연구중인 RoomE는 여러 대의 피코 프로젝터(pico projector)를 실내에 설치하여 테이블, 벽, 바닥, 가구 등 모든 표면을 출력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를 통해 실내에 배치된 사물에 대한 인식 및 사용자 동작을 인식하여, 실내의 작은 소품들이나 사용자의 움직임을 통해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실험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비저닝 센터(Envisioning Center)에서도 연구되고 있다. 프로젝터와 프로젝션 매핑 기술의 발전은 스크린을 사각의 프레임에서 해방시켰고, 키넥트에 의해 촉발된 카메라 기반 센싱 기술은 마우스의 종말을 가져올 만큼 강력한 입력(input)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집안의 모든 사물이 마우스나 버튼(knob)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의 본체가 사라진 것을 시작으로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도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 것이다.

1990년 개봉된 영화 ‹토털 리콜(Total Recall)›에는 벽면이 스크린으로 변하는 윈스케이프(Winscape)가 등장한다. 2012년에 리메이크된 ‹토털 리콜›에 등장하는 TV는 모두 프로젝션 형태로 등장한다. 영화의 실내 장면에서는 프로젝터의 빛에 반사된 렌즈 플레어 효과(Lens Flare Effect)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프로젝션을 기반으로 하는 출력방식은 사용자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사라진 TV 프레임은 방안, 거실 어디서나 필요한 곳에 스크린을 만들어내고, 필요 없을 때 사라지게 한다.

프로젝터의 해상도와 밝기(Ansi) 및 그림자로 인한 조작의 어려움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 있지만, 프로젝션 기반 출력방식이 초고해상도스크린(UHD TV)과 더불어 사용된다면 다양한 사용자 시나리오가 등장할 수 있다. 거실의 화분은 언제 물을 주었는지 스스로 표시하고, 주방의 프라이팬은 얼마나 뜨거운지 스스로 드러낼 수 있다. 화장실 거울에서 식탁까지 신문을 보는 미디어가 되고, 현관문은 밖에 온 손님의 모습을 스스로 표시하는 스크린이 된다. 미래의 TV는 이사 갈 때 가지고 가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집을 지으면서 설치하는 창호나 천장 등과 같이 집의 일부가 될 것이다.






Posted by kipf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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